미디어세상 살피기
게임이 ‘독’이 아닌 ‘약’이 되려면
조희창
2004. 11. 21. 00:35
한겨레신문 | 미디어세상살피기
지난해 여름 수십 명의 중고생 아이들과 마주 앉아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요즘 어떤 게임을 주로 하니?”라고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은 `리니지' `메이플 스토리'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게임이름을 마구 쏟아 냈다. 10개 중 7~8개는 네트워크 게임이자 전쟁, 싸움 스토리를 기반으로 했다. 이러한 현실을 아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게임에 대해 어떻게 교육할 지 부담감과 함께 게임중독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자녀들에게 막연히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게임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만을 주는 것일까? 그래서 절대로 하게 해서는 안될 만한 것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도 다른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그 내용과 구성에 따라서 교육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좋은 게임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먼저 게임의 긍정적, 부정적인 면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긍정적인 면으로는 첫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 둘째, 게임 속의 규칙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정해진 규정, 규칙을 따르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셋째, 게임의 주제에 따라 그 주제에 맞는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줄 수 있다. 넷째, 정보획득을 할 수 있다. 특히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스포츠 분야, 항공운전 연습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첫째, 성격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게임이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부정적 성격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폭력적 게임 등으로 파괴심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둘째,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 또 게임중독과 함께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게 돼 대인관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셋째, 심한 경우 경견환장애(VDT) 증후군, 발작증세 뿐만 아니라 눈 등이 나빠진다. 넷째,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다섯째,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면을 많이 살릴 수 있는 게임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스포츠 종류의 게임이다. 건전한 스포츠의 규칙과 상황을 그대로 온라인화했기 때문에 자녀들과 즐기기에 적당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FIFA2004(축구), NBA2004(농구) 등이 있다. 둘째로는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직접 도시를 건설하고 농장도 경영해 보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미국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사용될 정도로 정밀하고 교육적 효과가 높다. 심시티, 심파크, 심즈 등 `심'시리즈가 유명하다. 셋째, 몇년 전 실제로 있었던 진돗개의 모험을 게임으로 담은 `하얀 마음 백구'와 같은 건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게임과 산수풀이를 해야만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든 학습을 겸한 게임 등이 있다. 이러한 건전한 게임의 선택과 더불어 제일 중요한 것이 시간을 절제해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몇가지 방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부모가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게임을 매개로 자녀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부모와 함께 할 때만 게임을 하도록 유도해 게임시간을 줄여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컴퓨터를 거실로 꺼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로, 게임사용일기를 적게하는 것이다. 처음하는 게임이라면 다음과 같은 항목을 모두 적어보고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 좋을지 아닐지를 평가하고 결정한다. 부모님은 이를 보고 함께 평가해준다. 앞으로도 할 건전한 게임이라면 게임을 한 시간을 적어 시간을 점검하고 너무 많은 시간을 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나의 게임 사용 일기 쓰기 제목 장르어디서누구랑 게임을 한 시간월 일 시 분 ~ 시 분( 시간 분간) 이 게임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게임이 나에게 준 유익점은? 이 게임이 나에게 준 해악점은? 내가 프로그래머라면 이게임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총평(앞으로 이게임을 계속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닐까?) 건전한 게임을 시간을 절제해서 가족이 함께 즐긴다면 진정 게임은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조희창 간사(낮은울타리 미디어교육원 간사) 이글은 2001년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