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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세상만사―김상길] 산타클로스가 문제다

조희창 2005. 12. 20. 02:15
[세상만사―김상길] 산타클로스가 문제다
[국민일보 2005-12-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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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와 폭설의 거리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인류의 축제다. 그런데 메시아 탄생의 축제 문화가 왜곡되어가고 있다. 본질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산타클로스가 있다. 최근 올바른 기독교문화 확산을 전개하고 있는 팻머스문화선교회가 서울·경기 소재 중고등학생 377명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는 것은?’이라고 질문한 결과 ‘산타클로스’라는 대답이 29.9%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크리스마스 트리로 13.4%였다. 정작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린 응답자는 7.2%에 그쳤다.

2000년 전 들에서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은 영광스러운 빛과 함께 나타난 천사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듣는다. “무서워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누가복음 2:10∼11)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인 구세주의 탄생’-이것이 크리스마스의 본질이다. 그런데 세속주의와 상업주의의 합작품이 나타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성스러운 메시아 문화를 교묘하게 희석시키는 우상이다. 아이들은 메시아보다 이 우상을 기다리고,이 우상이 실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실망한 어른들은 자기가 우상이 되려 한다. 이것이 오늘날 변질된 크리스마스의 우울한 문화다.

산타클로스는 존재 여부가 불투명한 전설 속의 인물이다. 산타클로스의 효시로 알려진 인물은 AD 270년 옛 터키 항구 도시였던 파타라에서 태어난 성 니콜라스(St.Nicholas)다. 기적과 자선을 많이 베푼 그는 343년 12월6일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선행을 많이 베풀었다. 어느날 그는 결혼 적령기에 이른 세 자매가 돈이 없어 거리의 여인으로 팔려나갈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금이 든 자루 세 개를 몰래 갖다 주었는데 이 자루가 기원이 되어 오늘날 ‘선물을 담는 산타의 양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실존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1930년 이전까지 산타크로스에 대한 전설이 나라마다 다양했고 표현된 인물도 가지각색이었다. 이런 산타를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시킨 인물은 콜라 광고 회사에서 삽화를 그렸던 미국의 화가 하돈 선드블롬(1899∼1976)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31년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실은 광고에서 지금의 산타 이미지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산타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옷과 넘쳐날 것 같은 흰 수염은 바로 콜라의 로고 색과 거품을 상징했다. 선드블롬이 창조해 낸 이 우상은 그 후 마케팅 덕분에 콜라 회사의 산타에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산타클로스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최근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한 언론에 크리스마스의 세속화 문화를 비난하는 글을 발표,관심을 끌었다. 그는 영국의 작가 G K 체스터턴의 “인간이 신을 안 믿게 되면 모든 걸 믿게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왜곡된 크리스마스의 물신주의 세태를 비판했다. 그는 말한다. 산타클로스는 어린이들에게 ‘선물’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종교를 버린 것으로 알려진 그는 그러나 “나는 (크리스마스를 맞아)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손자와 함께 말구유를 만들 것”이라고 하면서 “종교적 크리스마스는 최소한 ‘이치에 닿는 어리석음’일 수 있지만 상업적인 크리스마스는 그것조차도 아닌 밀교문화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외신은 현재 미국에서 보수적인 크리스천들이 부시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카드에 격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지인들에게 140만 여장의 카드를 발송했는데 이 카드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탄생을 뜻하는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빠지고 단순히 ‘휴일(holiday)’이란 말만 들어갔다는 것. 또한 애완견과 고양이가 눈 덮인 백악관 잔디밭에서 뛰어 노는 표지 도안 역시 무척 세속적이라는 것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카드를 본 다음 던지기까지 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시대가 혼란스럽고 문화가 혼탁할수록 본질이 회복되어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의 날이 아니다.

김상길 논설위원 s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