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서 진행된 세미나를 마치고 대구와 가까운 고향 거창으로 왔답니다. 늘 그렇듯이(?!^^) 오랜만에 뵌 아버지와 이런
저런 한달간 있었던 이야기들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희창이는 울타리 사역이야기로, 아버지 또한 교회사역과 시각장애인복지회 사역(아버님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복지회가 없던 거창에 복지회를 세우시고 십몇년간 회장으로 섬기셨고, 지금은 한의학 강의와 고문 역할로 섬기고 계십니다)
이야기로, 또한 책읽은 이야기로 이야기는 풍성한 잔치상처럼 주거니 받거니 오고 갔습니다. (희창이는 오랜만에 집에 가면 꼭 아버지와 이런
이야기 잔치상을 마련합니다.) 여느때 처럼 저녁 8시에 시작된 이야기 꽃은 밤 11시 까지 이어졌습니다. 여러가지 울타리의 어려웠던 사역
이야기, 또한 그 가운데 소망을 발견하며 주셨던 은혜들.. 다른 지체들과 나누었던 감사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지께서 얼마전에 읽은 좋은 기도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천덕 신부님의 기도문이였습니다. 시각 장애인이신 아버지는 늘 녹음 도서를 들으시는데 얼마전 '신앙계'를
녹음 테이프로 듣다가 대천덕 신부님의 기도문을 들으시고는 너무 감동적이고 도전이 되는 글이여서 손수 점자로 한자한자 다 옮겨 적으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으시다고 그 기도문을 모두 읽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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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덕 신부의 기도
오래 참으시고 주무시지 않는 주 하나님! 오늘 밤도 이 우주를
주관하시고 저의 삶을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 제가 책임을 맡고 있는 이 사람들과 저 자신을 잘 보살필 수 있게 도와주시고 오늘
제게 맡겨주신 일들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매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옵소서 해서는 안되고 변화시킬 수 없는
일들은 하지 않게 해주시고 해야 할 일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용기와 열심을 주소서 그리고 그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주소서 모든 성공이 당신의 것임을 기억하게 하시고 모든 영광이 당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하소서
제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마쳤을 때 나는 무익한 종이라는 것을 알게 하소서 그리고 필요한 것 이상의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옵소서
당신과 당신의 피조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의 영혼을 채워주셔서 당신의 영광으로 인해 그리고 제게 주신 모든 일로 인해 기뻐하게
하소서
당신의 얼굴을 갈망하는 마음과 당신의 음성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주시고 다른 이들에게 당신에 대해
들려주게 하시고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와 같이 맞이하게 해주시고
저를 사랑과 긍휼로 채워주소서 아픔을 주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회개하지 않는 영혼을 위하여 회개하고 다른 이들의 죄와 강퍅한 마음의 어려움을 함께 져주고 그들을 비판하는
마음으로 보지 않게 하소서
죄를 생각할 때 슬퍼하는 마음을 주시고 당신을 생각할 때는 기쁨과 평안이 가득하게 하소서
좌절하거나, 무거운 짐을 질 때 배반당할 때, 다른 사람의 반대를 받을 때 오래 참으며 견디게 하소서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즐겁고 놀라워하는 마음을 주소서
오늘 저 자신에 대해 무슨 말을 들었던지 무슨 일을 당하였던지간에 기쁨과
평강이 저를 다스리게 하소서 악하고 상처입히는 자들과 자신의 문제로 제 생활을 곤란하게 하는 이들에게도 부드럽게 대할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다른 이들의 관점을 존중할 수 있게 해주소서
예수님의 자비하심이 저를 통해 나타나게 하소서 특별히 제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사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자애로움을 끼치게 하소서 아내에 대해 늘 사려깊은 마음을 갖게 하시고 혹 상처가 될
말을 하려 할 때는 저의 혀를 묶어주소서
그리스도의 선하심이 저를 통해 나타나게 해주셔서 예수님께서 향기로운 화목 제물로서
자신을 내어주신 것 같이 저도 당신의 청지기로서 저의 가진 것을 기쁨으로 나누게 하시고 제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도 그들의 좋은
것을 서로 나누게 하옵소서
모든 일에 충성되게 일하되 모든 것보다 당신께 가장 큰 충성을 드리게 하소서 모세의 온유함을
제게도 주셔서 저 자신을 방어하는데 염려하지 않게 하시고 억울한 사람과 눌려있는 사람들을 수호하는데 주저하지 않게 하소서 결코
저의 영광을 구하지 않게 하시고 오직 당신의 영광을 구하게 하소서
오, 주님!
저를 다스려 주소서! 성령님을
떠나서는 결코 제 자신을 다스릴 수 없습니다 제 혀를 자랑과 불평과 과장하는 말과 남을 하찮게 보는 말과 다투는 말에서부터 보호해
주옵소서
오, 주님!
구하는 모든 이에게 지혜를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어떤 가르침을 받을 때 당신의 것인지 아닌지를 분별하여 당신의 뜻만을 행하려고 하는 온전한 갈망을 주옵소서
우리가 또한 당신 안에 쉬게 하시고 당신의 현존 안에서 기쁨을 누리게 하시고 당신과의 교제를 즐겨하는 저희가 되게 하소서
오, 주님!
제 마음속에 두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가져가 주시고 마음속에 간직해야 하는 것들은 제 마음속에
넣어 주옵소서 저 자신의 지혜나 힘보다 훨씬 우월하신 당신의 지혜와 힘을 주시고 오늘도 기적을 기대하는 마음을 주소서
오, 주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감사함으로 당신께 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당신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저희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또한 당신께서 몸소 우리의 짐을 져주시고 모든 빛과 우리의 원수들까지도
제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영광을 위해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것에 훨씬 넘치도록 풍성히 채워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오늘도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과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실 줄 믿고 감사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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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불러주시는 것을 한자 한자 따라 읽으며 노트북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대천덕 신부님의 수십년의 삶 속에서 투영된 마음깊은
곳에서 나온 신앙고백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구절 구절들이 아버지에게 또한 아버지를 통해 저에게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약속했습니다. 이것을 우리의 기도문으로 삼고 늘 마음 깊이 새기며 기도하기로...
2004년 12월을
열며.. 사랑을 담아 희창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