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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Touch-산지기의 일기]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과 기대 / 최용덕

조희창 2006. 3. 3. 00:56

[산지기의 일기]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과 기대 / 최용덕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전 인근의 대청호 호반....
뜻을 함께 하는 동역자들과 함께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폐교를 하나 빌려, 동네 이름인 어부동(漁夫洞)을 따 <어부동 갈릴리마을>이라 짓고, 조금씩 일구어가며 문서사역과 방문객 섬김 사역 등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곳은 호숫가 조용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곳이라, 주변 환경도 아름답고, 또 대전에서의 교통도 매우 편리하고, 여러 면에서 봐도 참 멋진 장소였습니다.


워낙 전원생활에 대한 상사병을 앓고 있던 터에 처음 그곳을 얻고서 흥분하여 감격의 간증 글을 나눈 게 엊그제 같은데, 어언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10년째 되는 해에는 그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폐교 시설 임대자인 군 교육청의 바뀐 방침으로 인해, 한 기관에 최대 5년 동안만 임차(賃借)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미 10년을 채운 <갈릴리마을>은, 일단 이곳을 비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적잖은 재정을 투입하여서 내부 시설들을 꾸준히 개선해 왔고, 그리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당연히 ‘주님 오실 때까지’ 이곳을 빌려서 쓸 수 있을 줄 알았던 터라, 이번이 마지막 계약이라는, 교육청의 급작스런 통보에 처음엔 상당히 당황하였습니다.


그러나, 공정한 법 적용에 예외를 둘 수 없는 게 공공기관의 입장임을 잘 알고 있고, 또 이러한 상황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유익을 끼치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단 철수를 결정하였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동역하여 왔던 귀한 동역자들이 결혼과 해외선교 헌신 등의 사유로, 곁을 떠나게 되어 새로운 동역자들을 구하여야 하는데, 기왕 이렇게 된 상황이라면, 지난 10년간 공동체사역을 계속 섬겨왔으니, 한 두 해 안식년을 보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던 차에, 뜻밖의 한 가지 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어부동 동네에서, 갈릴리마을 아래 호숫가 쪽에 자리한 마지막 집이 일년 가까이 비어있는데, 그 집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곳은 한 문중의 산지기의 집으로, 문중의 산과 집, 바로 뒤의 여러 산소들을 관리하기만 하면, 집과 함께 여러 논밭을 사용하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어부동의 그 산지기의 집을 얻었다는 말입니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외딴집이긴 하지만, 몇 십 발자국이면 단숨에 달려갈 만큼 호숫가에서 가깝고, 남향에다, 또 집 바로 뒤엔 커다란 밤나무 이삼십 그루와 몇 그루의 감나무도 있는 데다, 딸려 있는 넓은 산과 어떤 용도로든 활용할 수 있는 논밭도 여러 필지가 덤으로 주어지니, 웬만한 갑부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10년간 드나들며 정 붙이고 살아온, 같은 어부동 동네이니 내 고향 같은 곳이고, 가족들이 있는 대전에서 자동차로 25-30분의 거리이니 만큼, 출퇴근하기에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필연적으로 한 두 해 정도는, 기존의 문서사역과 더불어 산지기에다 농부의 길을 병행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 직분(?)에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하다가 너무 힘에 부치면 뻔뻔스럽게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요.
마음 약한 그들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고, 산과 나무와 흙과 더불어 수고하고 애쓰는 만큼 누리게 될 은총도 클 것이라 확신합니다.
논농사는.... 좀 고려해 보아야겠지만, 밭에다 고구마도 심고, 감자도 심고, 옥수수도 심을 작정입니다. 벌써 내년 가을의 신나는 밤 줍기를 생각만 하면, 마음이 설렌답니다.         


내 가장 절친한 벗이며, 오랜 친구인 선양욱 형제가 미국에서 귀국하여 고국에서 <팻머스 문화선교회>의 대표로 새로운 사역에 헌신하게 되었습니다.
그와는 군대, 같은 중대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문화선교의 비전과 꿈을 뜨겁게 나누었던 동지 사이입니다.
군 생활을 마친 후에도 지금껏 변함없이 우정을 나누며, 우리에게 주어진 은사들을 가지고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문화를 일구는 사역에 헌신하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그 절친한 내 벗이 2006년 새해부터 고국에서 새로운 사역에 도전하듯이,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저 역시 새로운 ‘도전의 길’에 함께 나서게 되어 무척 흥분이 됩니다.


황송하게도, 문화선교 팻머스에서 창간하게 되는 월간 <터치>에 저의 <산지기 일기>를 싣게 되었습니다.
왕 초보 산지기의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렵니까? 저도 제가 무슨 짓을 벌이게 될지 상상이 안 됩니다.


아직 경운기도 한번 몰아보지 않은 초보 농사꾼이라서 말입니다.
어쩌면 새해엔 진짜 어부(漁夫)에 도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부들이 사는 동네라 해서 어부동(漁夫洞)이라는데, 그 동네에 사는 값을 하려면 말입니다.


새로운 도전은, 사실 조금은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일이든 간에, 주님과 함께 하는 도전이라면, 그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얼마나 클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주 예수님이라는 완벽한 가이드와 함께 하는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여행은, 틀림없이 신나고 즐겁고, 값질 것입니다. 고생과 어려움조차도 말입니다.

 

하나님의 문화로 세상을 터치하는 월간 <Touch>